작성일: 2014년 11월 7일 금요일
안녕하세요, 구글코리아 정재훈입니다.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 소식에 이어 오늘은 뉴욕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지난 2년 간 런던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공부했으나, 올해에는 새로운 스타트업 환경을 배우기로 결정하여 뉴욕에 왔습니다.
6개 팀 중 초코페퍼는 하루라도 빨리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서 먼저 귀국하였습니다. 남은 5개 스타트업들은 뉴욕이라는 새로운 스타트업 환경을 배우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잘아시다시피 뉴욕은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트업 생태계입니다. 작은 실리콘 밸리라는 의미로 “골목”을 뜻하는 단어를 붙여 실리콘 앨리(Silicon Ally)라고도 하지요. 당연히 우리들이 갖는 첫 질문은 “왜 뉴욕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뉴욕에 계신 분들의 대답은 “훨씬 밀집된 공간에서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리소스”였습니다. 실리콘 밸리에는 일명 geek 이라 불리우는 개발자들만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여기 뉴욕에는 UX/UI, 마케팅, 법률, 기타 다양한 도메인 전문가(Domain Expert)들을 아무 제약없이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였습니다. 패션, 미디어, 금융, 유통, 광고, 디자인,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산업의 중심지이면서 다양한 사용자들과 인재들이 몰려있는 환경을 생각해보니 수긍이 갔습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 출신 개발자들도 많이 뉴욕으로 찾아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뉴욕주에서도 엔지니어 양성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구글 뉴욕 오피스 빌딩안에는 코넬대학의 Jacobs-Cornell Technion Institute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다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성과가 나지 않았더라도 투자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뉴욕에서는 실제 서비스를 시작해서 어느 정도의 사업 성과를 낸 이후에 진출해야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코멘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은 인터넷 서비스의 선택이 많지 않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며, 생활비가 비싼 편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이제는 뉴욕이 보스턴을 앞서 실리콘 밸리에 이어 2위의 스타트업 생태계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합니다. 다섯 팀에게 누가 실리콘 밸리 대신 뉴욕으로 진출하겠느냐 물으니 스냅샵만 손을 들었는데요,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패션 중심지를 미국 본거지로 삼는데 주저함이 없는 듯 했습니다.
Techstars NYC의 KJ Singh과의 대화
Gideon Kalischer의 발표
(뉴욕에서 RightsFlow라는 스타트업을 하다가 구글에 인수된 경험을 가짐)
뉴욕 생태계의 장점과 특이점을 설명해 놓은 Gideon의 발표 자료
Entrepreneurs Roundtable Accelerator (ERA)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 1)
ERA 대표 Murat과의 대화 (# 2)
뉴욕에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노리(KnowRe) 데이빗 주 공동대표와 눔(Noom) 정세주 대표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하네요. 최근 별다른 매출없이도 시리즈 B 투자까지 완성한 노리의 잠재력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리는 2012년 글로벌 K-스타트업 대상을 차지한 팀인데, 불과 2년만에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욕에 생각보다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GORI Startup Networking이라는 모임(리더 DJ Moon)에서도 많은 대학생, 스타트업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GILT의 CTO Michael Bryzek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가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 스타트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엔지니어가 결정한 사항은 영업팀의 의사와 관계없이 곧바로 서비스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패션 제품이 주된 대상이다보니 뉴욕을 본거지로 삼는 것은 당연했다고 하며, 독자적으로 전문 사진 촬영팀까지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훌륭한 개발자를 확보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자유롭고 매력적인 개발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곳 뉴욕은 교통이 복잡해서 미팅장소를 옮겨 다닐 때마다 무조건 걸었는데요, 주소만 알려주고 몇시 몇분까지 어디로 모이라고 하면 각자 헤쳐 모였습니다. 덕분에 뉴욕 맨하탄 도심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어떤 서비스를 하고 누구와 파트너를 할 것인가에 따라 미국 진출 본거지를 결정할 일이며, 미국이라고 해서 더 이상 무조건 실리콘 밸리에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뉴욕 생태계 역시 문을 두드려 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기회로 어느 생태계이든지 훌륭한 인재가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생태계는 무엇을 내세울 수 있을지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욕에도 우리 스타트업들이 많이 진출하여 점차 주목을 받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년에도 글로벌 K-스타트업 팀들이 뉴욕에 와서 네트워킹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2014] 팀들의 건승을 기원하고 모든 스타트업들께 격려를 보냅니다.
작성자 : 정재훈, 선임정책자문, 구글코리아 정책협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