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그 찰나의 감동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눈물을 흘리거나, 조용히 미소짓거나, 때로는 힘껏 박수를 치겠지요. 하지만 모든 객석이 무대를 향해 고정되어 있는 3천석의 큰 콘서트홀에서, 2백여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눈앞에 둔다면 꼭 한 가지 따르게 되는 암묵적인 ‘매너'가 있습니다. 바로 ‘과도하게 움직이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입니다.
그런데 이런 ‘매너'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을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지난 7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정기공연 도중, 객석에 있는 한 아이가 비명을 질렀고, 부모는 즉시 아이의 입을 막은 채 황급히 연주회장을 떠나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발달장애, 그중에서도 자폐증을 겪고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발달장애 아동은 감정을 몸짓이나 소리로 표현하기에, 그 비명은 아이가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어떤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클래식 음악 연주회에서 쉽사리 용인되지 않는 표현방식이었고, 온라인에서 아이와 부모, 그리고 서울시향의 잘잘못을 따지는 논쟁이 한참 벌어졌습니다.
이에 서울시향은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자유롭고 편안한 환경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고, 이 취지에 깊이 공감한 구글이 해당 콘서트를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연주회의 곳곳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우선, 일렬로 무대를 향해 정렬되어 있는 객석이 아니라, 원형 테이블에 푹신한 의자를 마련하여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편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 서울시향의 단원들은 평소처럼 연미복을 갖춰 입지 않고, 후디와 운동화 등 아이들의 옷과 비슷하게 차려입어, 아이들이 연주자들을 친구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연주 곡목 역시 음악치료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원들이 쉽고 재미있게 각 악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이것을 QR코드로 연결해 프로그램북에 인쇄하였습니다. 연주 전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한 배려였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기대감을 표현하였습니다. 사회를 맡으신 노승림 님이 연주 전 부모님들을 향해 ‘아이들이 마음껏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 주세요' 라고 안내하습니다만, 첫 곡인 모차르트의 ‘밤의 세레나데'가 연주되는 동안에는 어딘지 모를 긴장감과 경직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항상 저지해야만 하였던 부모님의 염려가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회자 분도 마찬가지였는지, 두번째 곡인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소개하면서 오늘의 연주회는 사랑으로 꾸며졌다는 해설을 덧붙여 주셨고, 자유롭게 아이들과 함께 음악을 감상하시라며 재차 당부하였습니다.
“서울시향과 구글이 함께하는 클래식 스페이스 - 함께!” 콘서트는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이 연주자 두명을 협연자로 모시기도 하였습니다. 첼로를 하는 서울 정문학교 2학년 이성준군과 바이올린을 하는 서울 언북중학교 2학년 곽동규군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와,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영화 ‘여인의 향기’ 삽입곡을 연주하였습니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협연자의 음색과 속도에 맞추어 반주 음량을 세심하게 조절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하였습니다.
사랑의 감정은 마치 음악처럼 우주적인 것이겠지요?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흐르는 동안 어떤 아이는 장난감을 테이블에 탕탕 부딪혔고, 또 다른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가 발구르기를 하였습니다. 객석 곳곳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지휘자처럼 팔을 휘휘 젓는 아이들도 있었고, 연주회장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었지만 누구 한 명 아이들과 부모님을 향해 눈총을 주지 않았습니다. 온통 사랑으로 물든 가슴벅찬 시간이었고, 한 아이가 갑자기 엄마를 향해 두 팔을 힘껏 뻗으며 몸을 일으켜 엄마 입술에 뽀뽀를 하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 참던 눈물이 왈칵 나오고 말았습니다.
서울시향이 준비된 연주를 모두 마치고 앵콜 연주를 하던 때, 아이들의 흥겨움이 최고조에 달했나 봅니다. 한 아이가 무대로 올라가 지휘자 옆에 서자, 이날 연주를 지휘한 최수열 님이 자연스럽게 지휘봉을 넘기고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아이들이 너도나도 우르르 무대 위에 올라가 단원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뛰어 놀았습니다. 단원들의 얼굴은 항상 밝았지만, 앵콜 연주의 돌발상황이 재미있었는지 유난히 활짝 웃으며 연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함께! 콘서트는 구글 문화의 중심에 놓여있는 다양성의 존중과 포용의 정신이 아름다운 멜로디를 타고 곳곳에 울려 펴진 아름다운 연주회였습니다. 구글은 2018년에도 이 콘서트를 후원할 예정입니다. 음악으로 인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예술 세계가 한 뼘 자라난 만큼, 함께하는 세상에 대한 여러분들의 관점 역시 더 한층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작성자: 이은아, Global Partnersh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