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1일은 크롬의 1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저는 크롬에 대한 남다른 기억이 있습니다. 크롬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우연히 크롬 브레인스토밍 회의에 참석했거든요. 그 회의에서 사람들이 지금의 웹브라우저는 이런게 불편해, 새 웹브라우저는 이런 기능이 있으면 좋겠어라고 가볍게 말했던 것들이 나중에 멋진 기능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얘기가 속도였습니다. 현재의 웹브라우저는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느리다, 그래서 새로운 웹브라우저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에서 막 건너온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웃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별나라 한국의 인터넷이 얼마나 빠른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현란한 기능을 추가하는게 아니라 그냥 속도가 빠른 웹브라우저를 누가 주목할까 의심했습니다.
그런데 크롬이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속도를 강조한 크롬은 경이적인 속도로 성장했고 5년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웹브라우저가 되었습니다. 크롬은 단순히 웹페이지를 빨리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새로운 JavaScript 실행기인 V8을 만드는 것에서 인터넷 전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SPDY 표준까지 기술스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심지어는 크롬 소프트웨어 개선 속도를 높이기 위해 6주마다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인터넷 익스플로러 버전 6에서 버전 7으로 올라가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속도를 개선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터넷 전송속도를 높이는 것만이 아니고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단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능을 덕지덕지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얻는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크롬은 당시에 중요한 기능이었던 툴바를 과감히 없앴을 뿐만 아니라 거의 주소창만 남았다고 느낄정도로 왠만한 것은 없애거나 확연하게 줄였습니다. 줄이고 단순하게 만들면서 단단한 소프트웨어가 되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제품은 환경이 바뀔때 더 사랑 받습니다. 데스크탑에서 모바일로 바뀐 세상에서 크롬은 속도를 앞세워 사용자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서울 AMP 로드쇼(9월 11일, 세종대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한국은 이미 빠른데 AMP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참고로, AMP는 Accelerated Mobile Pages(가속된 모바일 페이지)의 약자로 모바일 환경에서 웹페이지를 빠르게 동작하는 기술입니다. 네, 한국 모바일 인터넷은 정말 빠릅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원하는 답을 얻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빠른가요? 아닙니다. 아마 사용자 자신도 이 정도면 충분히 빠르다라고 만족할 수는 있습니다. 마치 10년전 제가 툴바가 덕지덕지 붙은 웹브라우저로 몇초씩 걸리는 웹페이지를 보면서도 느리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우리의 모바일 인터넷은 여전히 느립니다. 원하는 신문 기사의 내용을 보려면 덕지덕지 붙은 광고의 숲을 뚫어야 하고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면 통짜 이미지가 전송될때까지 기다리다가 지쳐서 다른 제품 페이지로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이것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고 더 빨라져야 합니다.
크롬이 걸어온 길처럼 AMP도 JavaScript에서부터 웹브라우저 표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모바일 사용자들이 더 빠르게 웹을 여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습니다. 기본에 충실했던 크롬이 운영체제(ChromeOS)가 되고 다른 웹브라우저의 기반기술이 되었던 것처럼 AMP로 만들어진 웹페이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바일 세상으로 뻗어나가고 특정 플랫폼에 갇히지 않는 더 나은 웹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빠른 모바일 페이지로 더 많은 사용자들이 방문합니다. 더 오래 머뭅니다. 빠른 모바일 페이지에 들어간 단순한 광고는 전환율이 더 높습니다. 빠른 모바일 페이지는 더 공유됩니다. 결정적으로 빠른 모바일 페이지는 사용자의 경험을 즐겁게 만듭니다.
AMP 팀은 기본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한국의 모바일 웹 커뮤니티도 AMP 팀과 같은 생각을 공유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에 AMP 팀과 함께 서울에 방문합니다. 모바일 개발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전자상거래 운영자, CTO, 학생 등 다양한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빠른 모바일 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니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구요? 궁금하시면 서울 AMP 로드쇼에 와보십시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18년 9월 11일 서울 AMP 로드쇼 등록: https://events.withgoogle.com/amp-roadshow-seoul/
작성자: 구글 엔지니어링 매니저 이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