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5월 22일 워싱턴 DC에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 회담이 열립니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한미 정상 회담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간 경제 협력 및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던 게 지금부터 약 15년 전 즈음이니, 제게는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15년 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 정부측 무역 협상가였던 저는 무역 장벽 완화, 경제 발전 및 상호 번영 실현이라는 양국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FTA 협상에 임했습니다. 한미 FTA 협상단의 일원으로서,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관계가 진일보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양국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액은 2007년 1040억 달러에서 2019년 1700억 달러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또한 오늘날 미국의 한국 시장 대상 수출은 약 35만 8천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와 함께, 한미 FTA가 정부의 주도적 노력으로 민간부문의 협업을 촉진하고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창출해 소비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구글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더욱 나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의 여러 훌륭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모든 사람들이 혁신적인 스마트폰 및 디바이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삼성, LG와 같은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업해 왔습니다. 그 결과 앱 개발자들은 글로벌 시장에 앱을 배포하고 그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디지털 경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주 구글과 삼성은 양사의 웨어러블 기기 운영체제를 통합한다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구글은 소비자에게 더욱 유익한 건강 정보와 이동 중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개발자 및 기기 제조사에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글은 SK, 현대자동차, 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과 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과도 견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미 양국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경제 동맹에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양국이 기술 분야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스마트폰과 소프트웨어부터 앱, 인공지능 연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 기술 선진국입니다. 두 국가의 협력은 서로의 발전을 가속화할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기회만으로는 번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많은 분야에서 기술 및 디지털 규제 정책으로 협업의 기회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보아온 바와 같이, 디지털 경제를 규제하려는 일방적인 시도는 국가간 무역을 저해하고 더 큰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일관되지 않은 규제는 글로벌 기업이 서로 협력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소비자 비용을 증가시키며, 양국이 의지하고 있는 개방된 글로벌 인터넷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은 양국 대통령이 기술 이슈에 대한 고위급 회담을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기술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공급망의 회복과 자유롭고 안전하며 개방된 글로벌 인터넷 환경과 디지털 공간에 대한 상호 공통의 규칙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고위급 회담을 통해 기술 산업 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양국간 교역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여러 과제를 양국이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적인 협력 관계 강화로 비롯된 양국의 이익은 디지털 도구를 기반으로 고객과 만나고 소통하는 수 천여개의 중소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양국의 기술 협력은 무역과 안보 동맹의 핵심 동력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표준과 규제에 대한 공동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차별 없고 투명하며 공동 운영이 가능한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상호간의 약속은 이러한 동맹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외의 지역에서도 디지털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은 서로가 이 파트너십을 통해 서로의 미래에 놓인 도전 과제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다는 공통된 믿음과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양국이 디지털 협력을 이번 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화를 시작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15년의 양국 경제 및 전략적 동맹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작성자: 카란 바티야(Karan Bhatia), 구글 글로벌 정책협력 부사장
카란 바티아 부사장은 구글의 글로벌 정책 협력을 총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정부기관, 정책입안자 등 정관계 인사들과 소통하고 구글의 최고위 임원들에게 정책 이슈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2018년 구글에 합류하기 전 카란 바티아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글로벌 정책 협력을 총괄했으며, 35개 국가의 정책협력팀을 이끌었다.
카란 바티아는 또한 미국 상무부를 포함하여 미국 정부에서 고위직을 두루 거쳐 미국의 국제 경제 정책 수립을 이끌었다. 그의 마지막 공직인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 재임 시에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국제 무역 정책을 총괄하였다. 공직입문 이전에는 워싱턴D.C. 에 위치한 로펌 윌머 커틀러 피커링(Wilmer, Cutler & Pickering)의 파트너로서 국제 기업 관계 전문가로 활약했다.
이러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제 경제 정책에 관한 다수의 기고문과 저작물을 출간하고 강연활동을 해왔으며 조지타운 대학 법학전문센터에 출강하고, 의회에서 여러 차례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경제 포럼의 국제 무역 및 투자에 관한 글로벌 미래위원회의 회원이며 국제 경제 정책 관련 여러 비영리 단체 및 무역 협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카란 바티아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사 학위, 런던 경제대학에서 석사 학위, 콜럼비아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