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은 시인 윤동주의 탄생 10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고요한 시상을 아름다운 시어로 풀어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고, 예술가들에게는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인 윤동주, 그를 좀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는 온라인 전시를 소개합니다. 구글 아트 앤 컬처 팀은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관 김성연 총괄기획실장을 만나 시인과 그의 작품 세계를 비롯해 이번 온라인 전시가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졸업사진에 담긴 윤동주의 모습
Q. 윤동주 탄생 103주년을 맞아 설립된 윤동주기념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윤동주기념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윤동주 유품의 기증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인의 유족은 어렵게 지켜지고 모아진 윤동주의 육필원고를 포함한 유품 전체를 2013년 그의 모교인 연세대학교에 기증하였습니다.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는 부서지고 바래기 쉬운 그의 육필원고(등록문화재712)들이 후대에 잘 전수할 수 있도록 보존 및 보수 처리하였습니다. 그리고 2020년 그가 머물렀던 기숙사 핀슨관(등록문화재770)에 윤동주기념관이 조성되면서 이 유품들은 그와 동료들의 교류의 장이자 그의 시가 대부분 창조되었던 정신적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윤동주기념관은 그의 손길과 숨결이 깃든 문학과 건축 문화재가 80년 만에 만나게 되는 곳이며, 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성찰하며 미래 문화 유산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곳입니다.
이러한 윤동주기념관은 건립 준비 과정에서 가장 오래 고심했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21세기에 새롭게 세워지는 한 시인의 기념관은 소중한 유품과 원본을 보존하는 수장고이자 전문가의 해석과 전시 기술이 집약된 전시장을 넘어서서 그 이상의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윤동주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여러 논의와 연구를 거치면서 주목하게 된 것은, 윤동주 시인은 다른 시인과 달리 오늘날까지도 사상과 종교, 세대와 성별, 계층과 지역을 막론하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실천 속에 실제로 살아 숨쉬는 예외적인 존재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념관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는 이들을 통해 흐르는 시의 힘과 자취를 기록하고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기념관은 전시, 라이브러리, 행사장이라는 과거-현재-미래를 담는 세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고, 윤동주 관련 자료의 허브이자 재창조의 우물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모으고 연세 동문의 후원의 손길이 모여 여러분이 만나게 될 기념관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윤동주기념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우리의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게 하는 곳입니다.
윤동주 유일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가장 앞에 실린 그의 대표작 ‘서시' 육필 원고
Q. 온라인 전시는 윤동주기념관 설립 계획의 일부가 아니었습니다. 온라인 상의 전시 공간을 열게된 이유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윤동주기념관은 귀하게 지켜낸 문화재를 누구나 향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해석과 창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소통하고 지속 가능한 기념관이 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념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마련한 이후에는 온라인 공간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기념관의 개관 소식을 전해들은 국내외 여러분과 단체로부터 방문 요청이 왔지만, 코로나로 직접 관람이 어려워지고 개관이 지연되면서, 온라인 전시 공간 마련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윤동주는 한국인만이 아니라 그가 머문 동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기억하고 세계 10여개 언어권으로 번역되는 사랑받는 시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윤동주기념관은 문화재라는 관점에서 시인과 유품과 건축을 접근하고 있고, 따라서 세계문화재를 공유하는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아주 적절한 파트너였습니다. 한국의 시인의 기념관을 최초로 세계에 알리는 뜻 깊은 이 시도를 환영한 구글 아트 앤 컬처와 함께 윤동주기념관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은 한국의 문화 유산을 세계인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식민지와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맥락을 소개하되, 한 지역과 민족에 머물지 않고 보다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며 울림을 주는 지점들도 담아내고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윤동주가 남긴 바스라지기 쉬운 지류 유품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통해, 고대의 국보급 유물만이 아니라 가까운 과거의 유물 역시 지금 우리를 생성한 중요한 문화 유산임을 상기시키고 근현대문화재를 소중히 가꾸고 전수해가는 문화가 형성되길 기대합니다.
Q. 온라인 전시에서 반드시 보아야 할 하이라이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윤동주기념관은 어렵게 모아지고 보존되어 기증된 윤동주의 유품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장소이며 그와 관련된 컬렉션과 아카이브가 집대성된 독보적인 공간입니다. 이번 구글 아트 앤 컬처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원본 이미지뿐 아니라 시인의 생애와 그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윤동주와 당대 청년들의 기숙사였던 핀슨관과 캠퍼스라는 장소성이 학생 시인 윤동주에게 가졌던 의미와 당대 모습, 건축 미학 등을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윤동주가 간절히 소장하고 싶어서 손으로 베껴 쓴 백석의 시집을 비롯하여, 기존에 상세히 볼 수 없었던 주요 시 육필원고와 소장도서에 담긴 낙서의 흔적과 낡은 귀퉁이까지 손에 잡힌 듯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윤동주의 모습들, 책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유쾌하게 소풍을 떠난 모습, 친구들에게 귀 기울이며 담소 나누는 모습 등 여러 인간적인 모습들도 공개됩니다. 무엇보다도 윤동주의 시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그의 시가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게 된 역사까지, 윤동주를 둘러싼 문화사에 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윤동주와 동기들이 계곡에서 찍은 야유회 단체사진. 윤동주는 들꽃을 든 청년 왼편에 앉아 있다.
Q. 윤동주 시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시는지요?
윤동주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윤동주에게 각 시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청년상을 투영해왔습니다. 그는 우리의 거울이자 자화상과 같은 존재였지요. 언제 어디서 누가 그를 보느냐에 따라, 그는 시대의 양심으로, 때로는 독립투사이자 저항시인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영혼의 청년이자 서정시인으로 호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동아시아의 아픈 근현대사를 기억하고 화해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지난 80년간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랑받고 기억되고 재해석되는 거의 유일한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한 시대의 시인과 시가 다음 세대의 가슴까지 뜨겁게 움직이게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윤동주기념관은 윤동주를 통해 이렇게 열정과 동력과 반성을 이끌어낸 다양한 입장들을 존중하며 그에서 비롯된 이 문화 공동체들의 실천과 발자국들을 담아내면서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해석들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지금 윤동주에게서 발견하는 가치는 바로 우리 자신의 지향점이며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의미를 밝혀줄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윤동주기념관과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윤동주기념관 온라인 전시를 통해 시인에 관한 여섯 가지 주제의 이야기와 90여점의 컬렉션 및 사진 자료를 선보입니다. 특히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의 삶과 시' 를 통해 시인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의 삶과 그의 유산들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 자료, 습작 노트, 소장 도서 등과 함께 담아 전합니다 . 윤동주 시인의 단 한 권 뿐인 출판본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 아름다운 작품들을 유일하게 남은 그의 육필 원고로 몰입감있게 감상하고, 윤동주를 아끼고 사랑했던 인물들을 만나고, 시인의 발자취를 함께 걸어가보면 어떨까요?
작성자: 구글코리아 블로그 운영팀